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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HD_약/기타

ADHD약을 평생 먹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

처음 ADHD진단을 받은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그 동안 여러 종류의 약을, 다양한 용량으로 먹어보았지만 중간에 몇 년 안 먹은 적도 있고해서
아직까지도 나에게 맞는 약과 용량을 찾아가는 과정에 있다.

ADHD 약의 종류도 여러개이고, 각각 시도해볼 수 있는 용량의 범위가 넓은 만큼
꾸준히 시도해보고 자신을 관찰하고 이전과 비교하고.. 쉬운 과정은 아니다.

지금 먹고 있고, 결과적으로 가장 만족을 느끼는 아토목세틴은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처음 시도해보았는데
이 약에 적응을 어느정도 하고 있는 이제서야,
나한테는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이 잘 맞았던 건 아니었구나 알게되었다.

처음 진단을 받았을 때 먹기 시작한게 메틸페니데이트였고,
그 계열의 약인 메디키넷, 메타데이트, 페니드, 콘서타를 모두 먹어봤다.
짧은 건 6개월에서 긴 것은 1년.
모두 집중력이 올라가는 효과는 분명히 느껴졌으나 돌아보면, 지금이랑 비교해보면 부작용이 꽤 컸다.
식욕 부진, 불면증, 피곤함, 고양감과 낙차..(약효가 올라갔다가 떨어질 때 힘이 쭉 빠지는 기분) 감정기복 ..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땐 이 질병에 대한 이해도 거의 없어
다른 종류의 약이 있는지도 몰랐고 사람마다 맞는 약이 있다는 걸 몰랐다.
나한테 선택지는 그 약을 먹거나 안 먹거나 둘 뿐인줄 알았기 때문에
수능을 준비할 때는 부작용을 감수하고서라도 매일 먹었지만 사실 힘든 일이었다.
그런 부작용을 평생 일상생활을 하며 감수할 수는 없다고 느끼고 있었지만 올해만 참자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서 대학입학한 후로는 시험 기간에만 가끔 먹곤했다. 시험 공부 자체를 안 한적이 더 많아서 세 보면 몇 번 안 될 것 같다.
평소에도 중요한 일들이 있었긴 했지만 수능처럼 인생이 걸린 급박한 문제로 느껴지진 않았기 때문인지 먹을 필요를 못 느꼈고,
당시엔 ‘약=공부할 때 필요함’이라고 생각했는데, 공부보단 술 먹고 노는 즐거움이 컸기 때문이다.
대학생활하는 동안 주변에서 뭐 뛰어난 평가를 받진 못했지만 살만은 했다.

부모님은 약을 안 먹는 나를 보며 이제 정상?처럼산다는 생각에 안심하셨지만
자취를 하는 내가 학교를 어떤 상태로 다니는지 못보셔서 그랬던 것 같다.

이제서야 대학생활을 돌아보면 ADHD스러웠다.
출석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만큼만 간신히 유지하고
내 스스로는 그게 한계였지만, 동기들이랑 비교하면 정말 하찮은 수준의 성실함. .아니 그냥 성실한 적이 있었나 싶다.
과제를 미리 한다는 건 나에겐 없는 일이었다. 시간을 얼마를 주던지 간에 내가 계산한 데드라인이 다가와야 시작할 수 있었다.
늦을까봐 항상 헐레벌떡 가던 것과, 너무 지루해서 듣고 있기가 괴로웠던 강의, 가만히 있기가 힘들어 그냥 나가버리기도 하고, 졸업장을 딴게 기적이다..
(아마 이건 내가 좋아하는 과를 갔으면 달라졌을 것 같기도하다.)
성적은 늘 바닥이었다. 약을 먹고 들어간 학교에서 약을 안 먹었으니 당연한 것 같기도하고,
재미를 못느껴서 한 번도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없다.

과외는 돈을 받는 것이라 책임감을 느껴서, 지각을 하거나 준비를 못한적은 없지만 늘 미루고 미루다가 직전에 후다닥 준비해서 가곤 했다.
다른 알바도 꽤 오래했었는데 거기서도 성실한 이미지는 얻지 못했다. 늘 미루다가 데드라인에 맞춰서 일을 간신히 끝내던 기억. ..
같이 일 하던 다른 사람이 나중에 친해진 다음에야 너가 성실하진 않지 하면서 놀리듯 말해서 알게됐다.

그리고, 술을 정말 많이 마셨다.
당시에 나는 성인이라면, 대학생이라면 그 정도는 먹고 산다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중독이었다싶다.
학창시절에 늘 그랬듯 빠져있는 대상이 존재했고 그게 술로 바뀌었던 것 같다.
자주마시고, 마실때마다 끝을 봤다. 심할때는 일주일에 반 이상을 만취할 정도였다.
당시에 조절할 생각도 없었지만 과연 마음 먹었다해도 조절할 수 있었을까 싶다.

연애에도 빠졌다. 그때도 20대 초반이면 그럴 수 있지하며 그 상태의 나를 ADHD랑 연관지을 생각은 전혀 못했는데
돌아보면.. 약간의 요소가 분명히 있었음을 부정하기 힘들다.

일상적으로 물건을 잃어버리거나 약속에 늦거나 남들보다 많이 넘어지고 뼈가 부러지고 뭘 자꾸 쏟고 이런 문제는 늘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의 나는 분명히 안다.
공부할 때만 일시적으로 먹는게 아니라 나는 평생 일상적으로 약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다.
스스로 느끼기도 하고 작년에 다시 해본 CAT검사 결과도 그렇다.

이 사실을 나는 알지만 부모님은 모르시고, 알려드리고 싶지 않다.
대학다닐 때 약이 필요없냐고 물으며, 너가 잠깐 스트레스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며 너무 좋아하시던 부모님께
사실 나는 다 나은게 아니고 이건 평생 가져가야 하는 장애라고 말씀드릴 수 없었다.
그래서 취업을하고 의료보험비를 따로 내게 되자마자 본격적으로 병원을 다시 가기 시작했다.
현재 부모님은 내가 다시 약을 먹고 있는 걸 모르신다.


겉으로 보이지 않는 장애라 그냥 무시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으나 그냥 신체적인 장애로 생각하는게 맘이 편하다.
이건 눈이 많이 나쁜 사람이 안경을 안쓰면 불편하고 남들처럼 일상생활을 하려면 안경을 써야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전두엽에 문제가 있는 나는 약을 먹어야 하는 것 뿐이다... 모든 게 완벽하게 건강히 태어난 사람은 많지 않으니까.
선명하게 보이지 않아도 굳이 안경을 안 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약을 안 먹고 적당히 감당하며 사는 것을 선택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충동과 무기력, 부주의함에 끌려가는 삶이 이제 아깝다..
받아들이고 살면 된다. 그래서 적정용량을 찾는게 중요하다.
꾸역꾸역 부작용을 감수하면서 먹는게 아닌, 평생 먹을 수 있는 용량.
안경처럼 시력검사 한 번이면 딱 처방이 나오면 편할 것 같다.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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